
유튜브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하나의 경제 유튜브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은 곧바로 관련된 영상 수십 개를 밀어낸다. 투자, 주식, 부동산, ETF… 화면을 몇 번만 넘기면 누가 봐도 "이 사람, 전문가인가 보다" 싶을 정도의 영상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 중 몇 개는 정말 유익한 정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 자극적인 제목, 그리고 ‘불안’이나 ‘욕망’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전문가처럼 보이는 시대
조명, 자막, 목소리 톤, 배경 이미지까지. 요즘 유튜브 영상은 뉴스보다 더 그럴싸하다. 말하는 사람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도, 분위기만 보면 “이 사람 말, 믿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잘 보면, 경력이나 자격이 명확하지 않거나, 내용의 흐름이 너무 단정적일 때가 많다. 정보라기보단 주장이고, 분석이라기보단 감정에 가까운 말들. 그게 문제다. 믿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경제 유튜버는 왜 디테일을 숨길까?
그럴듯한 말 뒤에, 왜 중요한 정보는 비워져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마 느꼈을 거다
경제 유튜버라면서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뭐든 “자신을 믿으면 다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신뢰를 쌓기 위한 멘트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중요한 디테일은 거의 밝히지 않는다. 언제 샀는지, 얼마에 팔았는지, 손해를 본 적은 있는지… 말은 많은데, 핵심은 없다. 이건 정말 대부분의 유튜브 채널이 그렇다. 왜 그럴까?
물론 모든 유튜버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도 많다. 다만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조금 더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느낀다. 특히 자극적인 언어, 단정적인 결론, 반복되는 확신 속에서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런 부분을 돌아보며 이 글을 쓰게 됐다.
경매 유튜브가 불러온 무서운 결과
사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겪은 적이 있다.
나름의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고 경매법원에 연습삼아 가본 적이 있었는데, 한 번 입찰해보자 했던 게 덜컥 1차에 낙찰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그 물건에 문제는 없었고, 시세가 막 오르기 시작하던 시기라 무사히 매도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
만약 시장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다면 어땠을까. 그 기억이 남아 있어서일까,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그런 내 경험이 있어서였을까, 뉴스에서 보았던 경매 피해 사례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유튜브에서 소개한 물건을 아무 준비 없이 낙찰받았지만, 세입자도 안 들어오고 공실만 이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대출을 껴서 무리하게 들어간 사람은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결국 손해만 본 채 물건을 떠안게 됐다. 영상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선택을 했다. 그 결과는 붐이었다기보다, 붕괴였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믿게 되는가
사람은 확신에 끌린다. "지금 사야 한다", "이제 기회다" 같은 단정적인 말에는 생각보다 쉽게 넘어간다. 경제 유튜버들은 정확히 그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분석보다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럴듯한 말투와 스토리텔링으로 설득한다. 그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우리는 ‘판단’이 아니라 ‘따라가고’ 있게 된다.
하지만 이건 유튜버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의 소비 방식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확신을 주는 말보다, 생각할 여지를 주는 말에 귀 기울이는 습관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대부분, 아직 공부 중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재테크나 투자에 있어 우리는 아직도 익히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유튜브 몇 개를 보고 나면, 마치 모든 걸 꿰뚫은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 착각이 무서운 거다. 평생을 일해도 모을까 말까 한 돈을, 검증되지 않은 확신에 기대어 움직이게 만드는 건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확신보다 의심을 먼저 두는 태도를 더 신뢰하게 됐다.
확신보다는 의심이 필요할 때
믿음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를 고르고, 판단은 직접 해야 한다
지금도 모든 게 낯설고, 배울 것도 많지만 우리는 빠른 확신보다 천천히 다져진 판단을 더 믿어야 한다. 유튜브도 참고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뉴스, 책, 공시, 보고서… 여러 자료를 비교하고, 남의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실수는 피할 수 없겠지만, 무모한 선택은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보는 쏟아지지만, 판단은 내 몫이다
요즘은 AI 주식, 리츠, 코인… 새로운 투자 흐름이 매일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나는 그 흐름보다 내가 어느 정도 준비됐는가를 먼저 본다. 투자라는 건 결국 내 돈으로 내 선택을 검증받는 일이다. 그래서 쉽게 말하는 사람보다는, 묵묵히 공부하는 사람을 더 믿고 싶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판단해야 하는 책임도 커진다.
모두가 말하는 방향이 있다 해도,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은 따로 있다. 그러니 누군가의 확신보다는 나만의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글이 그런 생각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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