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완벽한 루틴을 보면 괜히 초라해진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명상하고, 책을 읽고, 운동까지 해낸다는 사람들의 하루는
언제부턴가 ‘성공한 사람들의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다.
그런 루틴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면 분명 멋지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왜 이걸 못하고 있지?”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자책이 따라온다.
‘의지가 약한 사람’, ‘게으른 사람’ 같은 말이
조용히 마음 한구석을 건드린다.
하지만 루틴은 정말 모두에게 똑같이 필요한 걸까?
누군가에겐 삶의 질서를 만들어주는 도구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틀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유튜브, 인스타, 틱톡만 켜도
‘루틴 콘텐츠’가 넘쳐난다.
기상 시간 챌린지,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사는 브이로그,
시간 관리 앱으로 완성하는 완벽한 하루까지.
그걸 보다 보면 나도 뭔가 정돈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딘가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
루틴이라는 말이 어느새 ‘꾸준함’이라는 이름의 강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루틴은 꼭 거창할 필요도 없고,
누구나 따라야 할 정답도 아니다.
예를 들어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서비스 전에 물병 위치를 정렬하고, 머리카락을 넘기고, 코를 건드리는 루틴을 반복한다.
이 루틴이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자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다.
야구 선수들도 비슷하다.
이긴 날 신었던 양말을 반복해서 신거나, 같은 노래를 들으며 경기에 임한다.
겉보기엔 단순한 징크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흐름과 리듬을 지키기 위한 루틴인 셈이다.
세상엔 수많은 루틴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게 남들에게 멋져 보이느냐보다
나에게 안정과 힘이 되느냐는 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루틴이라는 이름 아래
몸과 마음을 해치는 습관들도 있다.
지나친 음주, 흡연, 혹은 무리한 운동처럼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는 좋지 않은 루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습관은 억지로 끊기보다
조금씩 방향을 바꾸는 쪽이 더 현실적이고 오래간다.
매일 술을 마시던 시간에 이틀에 한 번은 산책을 해보는 것,
무리한 운동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루틴을 바꿔보는 것.
완벽하게 고치려 하지 않아도,
하루 중 단 하나의 루틴만 덜어내도 삶은 조금 달라진다.
“루틴은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환경도, 하루의 리듬도, 에너지의 흐름도 다르다.
누군가는 새벽이 잘 맞고, 누군가는 밤에 집중력이 더 높다.
누군가는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게 좋고,
누군가는 그때그때 여유 있을 때 움직이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러니 중요한 건 루틴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루틴이 나에게 맞는지,
그리고 스트레스가 아닌 활력이 될는지다.
지금 우리는 정해진 정답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넘쳐나지만,
그 모든 건 누군가에게 맞았던 방식일 뿐이다.
그걸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내 삶이 더 나아지는 것도, 내가 더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보여주기식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아도
세상은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내가 나를 지켜내는 삶을 사는 것.
그건 분명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를 조금씩 정리하고,
내게 맞는 리듬을 찾아가는 것.
그게 아마,
우리가 진짜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루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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